-코로나19 시대 일상생활서 알아야 할 생활수칙과 행동요령 등 10종, 동영상 23편-
코로나19는 누구에게나 동등하게 찾아왔지만 체감하는 고통은 각자의 상황에 따라 다르다. 특히 장애인의 경우 장애유형에 따라 각기 다른 불편과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장애인부모단체 등은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장애인 맞춤형 감염병 매뉴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제기했다.
서울시가 이런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장애유형(지체, 시각, 청각, 뇌병변, 발달)과 시설(거주시설, 주간보호시설, 복지관, 직업재활시설, 지원주택)별 맞춤형의 ‘장애인 감염병 대응 매뉴얼’ 10종을 제작했다.
장애인 당사자가 직접 참여해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나 외출·귀가시 등 일상에서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알아야 할 생활수칙과 꼭 알아야 할 정보를 장애인의 눈높이에서 친절하게 반영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서울시는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장애인 맞춤 감염병 대응 매뉴얼이 필요하다는 장애인부모단체 등의 우려의 목소리를 들어 작년 9월부터 12월까지 공공일자리 사업을 통해 매뉴얼 개발·제작을 추진했다.
예컨대, 손 끝 감각으로 정보를 파악해야 하는 시각장애인과 함께 생활하는 가족과 활동지원사는 문고리나 계단 난간 같이 많은 사람의 손이 닿는 사물의 접촉면을 자주 소독해줘야 한다.
마스크 착용법 등 일상에서 지켜야 할 생활수칙은 동영상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혼자서 마스크를 쓰기 어려운 뇌병변 장애인은 스트랩 같은 보조기구로 마스크 끈 사이를 이어놓고 머리에 씌운 뒤 천천히 내려서 착용하면 된다. 입 모양을 읽어 대화내용을 파악해야 하는 청각장애인은 마스크 앞부분이 투명아크릴로 되어있는 ‘립뷰마스크’를 구입해 사용하면 좋다.
매뉴얼은 코로나19 대응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장애인을 위한 공공지원 내용도 담고 있다. 자가격리는 혼자 생활이 원칙이지만 혼자서는 거동이 불편한 발달장애인의 경우 격리장소까지 차량 등을 지원받을 수 있고, 자가격리 중에도 활동지원을 받을 수 있다.
서울시는 ‘장애인 감염병 대응 매뉴얼’ 10종과 동영상 23편을 제작,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서울시 홈페이지와 유튜브(서울특별시장애인권익옹호기관)에 게시했다고 밝혔다. 25개 자치구와 장애인복지시설에도 배포할 예정이다.
매뉴얼과 동영상 제작엔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와 장애인과 비장애인 총 29명이 함께 참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작년 9월부터 12월까지 콘텐츠 기획부터 삽화 그리기, 동영상 촬영까지 전 과정을 함께 했다.
장애인 당사자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매뉴얼을 만들기 위해 참가자들이 장애유형별 협회와 시설에 배치해 현장을 직접 보고 장애인들과의 면담기회도 제공했다. 또, 동영상 촬영·편집 등 기술분야를 비롯해 각 단계별로 관련 분야 전문가의 컨설팅을 지원해 결과물의 완성도를 높였다.
서울시는 코로나19로 경제적 위기에 처한 장애인과 취업취약계층을 위한 ‘공공일자리 사업’으로 추진해 일자리를 창출하는 동시에, 장애인 당사자의 목소리를 담고 장애인에 대한 이해와 인식을 개선하는 1석3조의 효과를 거뒀다고 설명했다.
매뉴얼은 외출·귀가, 대중교통 이용, 다중이용시설 출입, 장애인시설 이용 등 다양한 일상생활에서 실천할 수 있는 방역 행동요령 등을 소개한다.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도록 포스터, 달력, 교재 등으로 제작됐다.
이 중 주간보호시설 이용자를 위한 교재인 ‘슬기로운 주간보호생활’은 발달장애인 코로나 방역 교육자료로 활용 가능한 수준으로 제작됐다. 시는 장애인 이용시설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권고할 예정이다.
아울러, 시각·청각장애인들의 정보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텍스트 형태로 된 매뉴얼을 영상으로도 제작했다. 매뉴얼 내용을 음성으로 읽어주고 수어와 자막을 추가했다. 영상·음성 매뉴얼은 유튜브(서울특별시장애인권익옹호기관)에서 볼 수 있다.
동영상은 뇌병변장애인을 위한 마스크 착용법, 립뷰마스크 소개 및 구매방법,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실내운동 및 놀이 프로그램 등으로 제작됐다. 또, 각 동영상으로 바로 연결되는 QR코드를 한 장에 담은 포스터도 제작해 원하는 영상을 간편하게 볼 수 있도록 했다.
한편, 서울시는 이번 공공일자리 사업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새로운 시도이고 4개월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진행됐음에도 불구하고 당초 목표로 했던 매뉴얼 제작은 물론, 장애인에 대한 인식개선 측면에서도 유의미한 결과를 만들어냈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코로나로 인한 휴업과 재택근무, 장애인과 비장애인 간 이해와 공감의 차이 등 다양한 이유로 참가자가 중도포기하거나 매뉴얼 제작이 잠시 중단·지연되는 위기도 있었다. 그러나 참가자들과 함께 작업했던 관련 협회 및 단체의 협조, 컨설팅 전문가들의 노력으로 갈등 상황을 봉합하고 사업을 끝까지 마무리할 수 있었다.
사업 컨설팅을 맡았던 인천대 전지혜 교수가 사업 전·후로 참여자들의 장애인에 대한 인식에 어떤 변화가 나타났는지 설문조사한 결과, 평균 2.42점(5점 만점)에서 3.92점(1.5점↑)으로 장애인에 대한 인식개선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참여 소감을 분석한 결과에서는 ‘장애인에 대한 오해에서 이해로’ ‘장애인과 함께 하는 일자리의 의미를 깨달았다’ ‘장애인과 사회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서울시에 대한 고마움’이라는 4개 주제어로 범주화됐다. 향후 장애인 인식개선 사업이 강의나 교육 형태뿐 아니라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활동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시는 설명했다.
김선순 서울시 복지정책실장은 “장애인 감염병 대응 매뉴얼 제작 사업은 작업장 배치에서 끝나던 공공일자리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교육 및 컨설팅을 통한 장애인의 질적 성장을 지원하는 새로운 공공일자리 모델로의 개발 가능성을 제시했다”며 “서울시가 제작한 매뉴얼이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바람직한 예방책이자 장애인일자리 사업 활성화 및 장애인식 개선의 모범사례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